생명력 있는 공간을 위한 이유 있는 고민, 공간 디렉터 김용철의 이야기

무던해진 감각을 재촉하지 않고 스스로 생명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창작자. 오래도록 시간과 함께 바래어 가는 공간에 가치를 두는 김용철 디렉터와 만났습니다.
김용철 디렉터 ©김용철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디자인 스튜디오 김거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용철입니다.
Q. 김거실이라는 스튜디오 이름은 어떤 뜻인가요?
베를린에 갔을 때 독일인은 발코니와 거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중 거실은 집의 중심이자 휴식 장소이며 다목적 공간이라 집주인의 취향과 인상이 여실히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죠. 스튜디오를 차린다면 이러한 거실의 목적성을 추구하고 싶었어요. 처음엔 독일어로 거실이라 이름 지었는데, 발음이 어렵더라고요. 결국 한글로 ‘거실’이라는 이름을 지었고, 여기에 제 성을 붙였어요.
Q. 거실의 목적성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조금 더 자세하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현관에서 주방 혹은 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거실을 거쳐야 해요. 거실은 집의 중심임과 동시에 허브의 역할이죠. 휴식과 안락의 장소이기도 하고, 정서 생활이나 손님을 응접 하는 장소, 그리고 식사 등 다목적 기능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실을 거쳐 목적지로 향하듯 클라이언트가 저희 스튜디오를 통해 원하는 곳으로 가게 하거나 뜻하고자 하는 바,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6년 베를린 에어비엔비 거실에서 ©김용철
Q. 거실에 목적성을 두신 용철 디렉터님의 거실은 어떤 아이덴티티를 띈 공간인가요? 그리고 그중 가장 좋아하는 스폿은 어디이신가요.
저희 집 거실은 자연을 가까이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거실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도 외부를 바라볼 수 있는 창이고요. 어떤 가구나 인테리어도 자연이 만든 것보다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해요. 남산의 푸르름이 보이는 이 스폿으로 저희 집 거실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여담이지만 언젠가 쿠라마타 시로의 ‘달은 정말 높아’를 거실에 꼭 두고 싶네요.(웃음)
쿠라마타 시로 <달은 정말 높아> ©Gallery Vanlandschoote
Q. 작업을 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관과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무뎌진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진 공간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확실한 아이덴티티가 필요하죠. 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정해졌다면, 그에 맞는 디자인 솔루션과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조화롭게 융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공간에 가치를 두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공간의 커뮤니티 성격이나 공간의 조형적인 부분에서 일시적으로 반짝하고 사라지는 일회성의 성질의 작업을 지양하고 있습니다. 팝업 공사나 세트 디자인을 거의 하지 않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고요. 오랜 시간 다양한 모습으로 생명력을 뿜어내고 헤리티지를 쌓아가는 공간에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Q. 최근에 디렉팅 하셨던 프로젝트가 궁금합니다.
경복궁역에 위치한 컨템포러리 몰트 바 M+MS를 디자인하고 시공했습니다. 몰트 위스키와 수제 맥주를 베이스로 만든 실험적인 칵테일을 선보이는 곳이고요, 위스키 애호가분들이 특히 만족할 만한 공간이라고 소개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M+MS ©김용철
Q. M+MS를 더 디테일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을까요?
위스키 병마개인 코르크를 공간의 조형 언어 중 하나로 쓰고자 했습니다. 체어 등받이와 좌판, 입구 손잡이에 이를 반영했고요. 구조적으로 공간 전체를 가로지르는 긴 바의 형태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바를 둘러싼 소재는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글래머러스하게 연출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석재를 사용했죠. 이런 점들을 찾아보시면 좀 더 공간을 다채롭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석재를 사용한 바 ©김용철
Q. 영감을 주는 가구 혹은 브랜드가 궁금합니다.
실용주의의 대표 디자이너인 장 프루베의 가구를 좋아해요. 조형과 기능 둘 중 어느 한곳으로 치우치지도 않으면서 단순한 형태로 기능에 충실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장 푸르베의 아름다운 디자인들을 보며 늘 감탄합니다.
​Q. 장 프루베의 가구 중 어떤 제품이 가장 좋아하시나요?
저는 안토니 체어를 제일 좋아합니다. 일체형 좌판으로 이루어져 있고, 부메랑 모양의 받침대가 의자를 지탱하고 있어요. 유연한 곡선 요소를 통해 편안함과 아름다움이 직관적으로 드러나서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장 프루베 안토니 체어 ©Patrickseguin
Q. 브랜드 가구를 구매하게 되는 이유와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몇 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리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디자이너 가구를 소비하기 시작하기 시작했어요. 디자이너 가구를 구매함으로써 본인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고, 완성도 높은 조형성과 뛰어난 만듦새로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가구에 시간이 켜켜이 쌓여갈 때, 가구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Q. 저희 ffeed 서비스에 의자를 내놓으셨는데요, ffeed 서비스의 어떤 점이 흥미로우셔서 참여하게 되셨나요?
선순환을 추구하며 브랜드 가구를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가 생겼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원래 가구 오너의 이야기에 여러 이야기가 더해지는 여정에 함께 한다는 점도 흥미로워서 서비스를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가구 문화가 더욱 풍성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Q. 판매를 위해 내놓으신 의자와 디렉터님 사이에 쌓인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ffeed에 임스 체어를 올려두었는데요, 사실 워낙 기본 아이템이라 특별한 구입 이유는 없었어요. 그래도 이 의자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를 꼽아보자면, 파이버글라스에서 보이는 비정형적인 텍스처와 광이 좋아서 구매하게 되었고, 주로 회의 테이블 체어로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ffeed에 등록한 임스 체어 ©김용철
Q. 다음 사용자에게 전달해 줄 이 의자만의 수식어를 붙여 주신다면 어떤 게 좋을까요?
까망쓰라고 하겠습니다.(웃음)
가장 좋아하는 장소, Antonino Cardillo_Wagner opera ©dezeen
Q. 디렉터님은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표현되길 원하시나요?
담담하지만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넘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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